대회 개요의 숫자 가운데 가장 크게 움직인 것이 수비의 높이다. 비점유 시간 가운데 로우 블록에 머문 비율이 25.3%로, 2022년(21.1%)보다 4.2%p 늘었다. 경기당으로 바꾸면 1분 55초가 더해져 평균 14분 59초다.
리포트는 이 변화를 이렇게 정리한다. 로우 블록은 이제 강한 상대 앞에서 살아남는 수단만이 아니라 처음부터 고르는 전술이 됐다. 중앙 침투를 막고, 상대를 값이 낮은 지역으로 몰고, 뒤에 생기는 공간을 역습에 쓰려는 선택이다.
- 하나
- 두 대회에 모두 나온 26개 팀 가운데 19개 팀이 로우 블록 시간을 늘렸다. 약팀만의 현상이 아니다.
- 둘
- 블록은 118㎡ 좁아졌다. 대부분 앞뒤 길이가 2.9m 짧아진 결과다.
- 셋
- 공격 전환에 쓴 시간은 같았지만, 전환 하나가 만든 위협은 커졌다.
왜 내려앉았나
리포트가 든 이유는 셋이다. 첫째, 참가국이 늘면서 전력 차가 커졌다. 순위가 낮은 팀은 점유와 지역을 내주는 대신 수비 안정을 택했다. 실제로 세계 랭킹이 평균보다 낮은 팀 가운데 로우 블록 시간이 평균보다 짧았던 팀은 셋뿐이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2022년과 2026년에 모두 나온 26개 팀 가운데 19개 팀(73%)이 로우 블록 시간을 늘렸다. 세계 랭킹 30위 안의 Australia와 Japan은 로우 블록 비율 상위 5위 안에 들었다. 2022년보다 가장 크게 늘린 팀은 Saudi Arabia, England, Australia, Germany 순이었다.
둘째, 중간 높이의 블록이 줄고 양 끝이 늘었다. 하나는 로우 블록, 다른 하나는 대인 하이프레스다. 리포트는 상대 분석이 정교해져 팀마다 빌드업 해법이 여러 개가 되자, 공간을 가장 확실히 줄이는 두 방법으로 몰렸다고 본다.
셋째, 일부러 내려앉았다. 상대를 끌어들여 그 뒤에 공간을 만들고, 공을 빼앗는 순간 그 공간을 쓰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예 한 선수를 수비 블록에서 떼어 두는 팀도 있었다.
더 좁아진 블록
로우 블록일 때 팀이 차지한 면적은 938㎡(2018) → 865㎡(2022) → 747㎡(2026)로 계속 줄었다. 폭은 거의 같고(36.1m → 35.4m), 줄어든 것은 앞뒤 길이다. 리포트는 공격수들이 수비 블록에 더 붙어 서게 된 결과로 본다. 26개 팀 가운데 23개 팀이 더 좁게 섰다. 오히려 넓어진 세 팀은 Portugal, Spain, 대한민국이었다.
| 로우 블록 모양 | 면적 | 길이 | 폭 | 수비 라인 높이 |
|---|---|---|---|---|
| 2026 대회 평균 | 747㎡ | 21.1m | 35.4m | 18.5m |
| 2022 대회 평균 | 865㎡ | 24.0m | 36.1m | 18.6m |
| 2018 대회 평균 | 938㎡ | 26.0m | 36.1m | 18.2m |
| 2026 팀 사례 | ||||
| Australia | 639㎡ | 18.0m | 35.5m | 18.9m |
| Paraguay | 671㎡ | 19.8m | 33.9m | 16.7m |
| Japan | 673㎡ | 18.1m | 37.2m | 19.9m |
| Argentina | 887㎡ | 25m | 36m | 13m |
| France | 920㎡ | 26m | 36m | 10m |
수비 라인 높이는 자기 골라인에서 잰 거리. Argentina와 France의 블록이 길고 큰 까닭은 아래 ‘전환 대기’에서 본다. FIFA 대회 후 리포트 436·446·456·462쪽.
점수와의 관계도 있다. 지고 있을 때 21.2%, 비기고 있을 때 25.6%, 이기고 있을 때 28.2%를 로우 블록에서 보냈다. 다만 Qatar, Cabo Verde, Paraguay는 점수와 상관없이 로우 블록 비율이 비슷했고, England, Egypt, Argentina는 점수에 따라 크게 바꿨다.
로우 블록의 네 얼굴
리포트가 먼저 짚는 공통점은 하나다. 모양은 팀마다 달랐지만, 중앙을 좁게 지키는 규율은 모두 같았다. 미드필드와 수비 사이 세로 간격을 짧게 두어 상대가 블록을 뚫지 못하고 돌아가게 만든다. 리포트의 표현을 빌리면 ‘구조의 경직성은 달라도 규율은 다르지 않다’. 그 위에서 TSG는 네 가지 방식을 구분했다.
- 짧고 넓게
- Japan, Australia. 5백으로 폭을 덮고 중앙은 좁게.
- 박스 수비
- Colombia. 크로스는 내주되 박스 안에서 이긴다.
- 상대에 맞춰
- Paraguay, Netherlands. 경기마다 모양을 바꾼다.
- 전환 대기
- Argentina, France, Norway. 한 명을 높이 남긴다.
짧고 넓게 — Japan, Australia
세로는 짧게, 가로는 넓게. 보통 다섯 명 이상이 수비 라인에 서서 블록 전체가 한 몸처럼 옆으로 움직인다. Australia는 모든 필드 플레이어를 공 뒤에 둔 5-4-1을 꾸준히 썼고, Japan은 5백을 함께 움직이며 분명한 압박 신호에 맞춰 나갔다.
리포트는 이런 블록이 풀어야 할 문제를 셋으로 정리했다. 인사이드 채널로 들어오는 길을 미리 정해 둔 마크 책임으로 막을 것(Japan은 센터포워드가 중앙 길목을 가려 중앙 미드필더가 좁게 남을 수 있었다). 측면으로 나갈 때는 다 같이 나가되 중앙을 비우지 말 것. 박스는 인원수만이 아니라 깊이로 지킬 것.
두 팀의 상대 맞춤도 구체적이다. Japan은 Netherlands를 상대로는 윙백을 막으려 넓게, Sweden을 상대로는 두 센터포워드를 막으려 중앙으로 좁혔고, Brazil을 상대로는 더 깊고 좁게 섰다. Australia는 Egypt를 상대로 Mohamed Salah가 있는 왼쪽에 미드필드 축을 기울였다. 두 팀은 로우 블록에서 내준 라인 브레이크와 라인 사이 수신이 모두 대회 평균보다 적었다.
박스 수비 — Colombia
로우 블록도 결국 무너지는 순간이 있다. 1대1 하나, 라인을 깨는 패스 하나면 된다. 그때부터는 차분한 이동이 아니라 박스 안의 급한 수비가 시작된다. Colombia는 그 순간을 잘 준비한 팀이었다.
원칙은 셋이었다. 첫째, 혼란 속에서도 역할이 정해져 있었다. 측면 1대1은 풀백이, 골문 폭은 센터백 Davinson Sánchez와 Jhon Lucumí, 반대편 풀백이 지켰다. 둘째, 중앙 미드필더 Jefferson Lerma와 Gustavo Puerta가 수비 라인 앞을 지켜 크로스의 첫 접촉을 따냈다. 셋째, 흘러나온 공과 슈팅에 몸을 던졌다.
Colombia는 측면에서 받는 것을 내주고 크게 압박하지 않았다. 크로스 순간 박스 안 인원도 대회에서 여섯 번째로 적었다. 그런데도 로우 블록에서 내준 오픈 플레이 크로스 19개 가운데 성공은 5개(26.3%)였다. 대회 평균은 32.4%였다. 그 19개의 크로스 뒤 7.5초 안에 내준 슈팅은 1개였다.
상대에 맞춰 — Paraguay, Netherlands
Paraguay는 경기마다 모양을 바꿨다. Australia를 상대로는 평평한 5백에 두 센터포워드를 높이 남긴 5-3-2를 썼고, Türkiye를 상대로는 4-4-2로 시작해 상황에 따라 왼쪽 윙어가 내려와 5백을 만들었다. 훨씬 강한 Germany와 France를 상대로는 깊이 내려앉았다. 측면 선수가 수비 라인으로 내려오면 상대의 다섯 명 공격진과 숫자를 맞출 수 있고, 센터백은 그만큼 과감하게 앞으로 나갈 수 있다.
Netherlands는 Japan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Frenkie de Jong을 수비 라인으로 내려 5-4-1을 만들었다. Japan의 좁은 스리톱을 한 명씩 맞상대하기 위해서다. 다른 경기에서는 4백이나 5백을 오갔다.
전환 대기 — Argentina, France, Norway
로우 블록이 실점만 막고 공격할 방법이 없으면 팀은 계속 갇힌다. 그래서 몇몇 팀은 한 명을 블록에서 떼어 높이 남겼다. 리포트는 이를 ‘레스트 어택’이라 부른다. 수비 블록과 떨어져 있어 언제든 전환의 출구가 되는 선수다. 상대는 고민에 빠진다. 공격수를 덜 올려 뒤를 지킬 것인가, 역습을 감수하고 올릴 것인가.
표에서 Argentina와 France의 블록이 유난히 길었던 까닭이 이것이다. 공 뒤에 모든 선수가 선 시간의 비율은 대회 평균이 37%였는데, France는 14%, Portugal은 12%로 가장 낮았다. 반대로 Tunisia(58%)와 Japan(57%)이 가장 높았다.
효과는 숫자로 나온다. 로우 블록이 끝나고 20초 안에 슈팅을 만든 횟수는 Argentina와 England가 7회로 가장 많았고, Belgium 5회, France·Sweden·Norway가 4회였다. Norway는 Erling Haaland 한 명을 높이 남겨 두었고, 로우 블록이 끝난 뒤 20초 안에 그가 뒷공간으로 받으러 뛴 것만 7번이었다. 리포트는 그의 역할을 전진 과정의 연결보다 먼 거리를 달려 마무리하는 쪽으로 적었다.
그리고 빼앗은 다음
공격 전환에 쓴 시간의 비율은 12.7%로 2022년(12.6%)과 거의 같았다. 달라진 것은 결과다. 공격 전환 뒤 볼 인 플레이 60분당 슈팅이 0.53회, 박스 안 수신이 0.62회 늘었다.
시작 위치도 바뀌었다. 미드필드 3분의 1에서 시작한 전환이 46.7%에서 42.1%로 줄고, 자기 수비 3분의 1(36.0% → 37.9%)과 상대 파이널 서드(17.3% → 20.0%)에서 시작한 전환이 늘었다. 리포트는 로우 블록이 늘어난 것, 그리고 그 두 지역에서 공을 잃고 빼앗는 일이 많아진 것을 이유로 든다.
리포트는 성공한 전환을 이렇게 정의한다. 골, 슈팅, 박스 안 수신 가운데 하나가 나오되, 자기 수비 3분의 1에서 시작했다면 20초, 미드필드에서 시작했다면 15초, 파이널 서드에서 시작했다면 10초 안에 나와야 한다. 빼앗은 위치에 따라 시간을 다르게 준다.
전환은 수비 방식과 붙어 다녔다. 로우 블록이 주된 수비였던 Tunisia(58.6%), Qatar(57.1%), Cabo Verde(53.3%), Paraguay(50.0%)는 전환의 절반 이상을 자기 수비 3분의 1에서 시작했다. 하이프레스와 미드 블록을 쓴 Canada(49.4%), 대한민국(47.8%), USA(47.2%)는 미드필드에서 시작한 비율이 높았다. 전환 횟수는 Paraguay가 60분당 63.0회, Scotland가 29.4회로 두 배 넘게 차이 났다.
- 로우 블록의 출구
- Cabo Verde, Paraguay. 한 명의 목표(Paraguay는 Julio Enciso)나 뒷공간으로 뛰는 빠른 공격수에게 곧바로 앞으로.
- 레스트 어택
- Argentina, France. Lionel Messi와 Kylian Mbappé를 블록에서 떼어 두고 빠른 출구로.
- 중앙 대 측면
- Portugal, Brazil은 중앙으로 곧게. USA, Canada, Côte d'Ivoire는 공을 몰고 뒤로 뛰는 측면 선수로.
- 높이 빼앗기
- Germany, Belgium. 더 높은 곳에서 시작해 남은 공간을 더 많이 전진했다.
Cabo Verde — 낮게 서서 곧게 나간다
Cabo Verde는 비점유 시간의 45.3%를 로우 블록에서 보냈다. 대회 최고였다. 그러면서 점유 시간의 17.9%를 공격 전환에 썼다(6위). 공격 전환으로 이어진 탈환의 68.2%가 자기 수비 3분의 1에서 나왔고, 전환의 평균 시작 위치는 자기 골문에서 23.4m로 대회 평균(29.7m)보다 6.3m 깊었다.
그래도 길은 분명했다. 좁은 블록으로 중앙을 지키고, 깊은 곳에서 공을 빼앗으면 앞쪽 공격수에게 곧바로 보냈다. 미드필더와 측면 선수는 과감하게 따라붙었다. 리포트는 Cabo Verde의 로우 블록을 ‘곧고 목적이 분명한 공격 전환의 발판’이라 불렀다. 대회 중 TSG 분석에서 Cabo Verde는 Spain을 상대로 점유율 25.4%에 로우 블록 27.3분을 버티며 0-0을 만들었다.
Germany와 Belgium — 빼앗은 것을 찬스로
두 팀은 전환을 지역 확보가 아니라 실제 찬스로 바꾼 팀이다. 전환을 시작한 평균 위치가 Germany는 상대 골문에서 60.9m, Belgium는 63.0m로 대회 평균보다 높았다. 그리고 남은 공간 가운데 Germany는 34.9%(21.6m), Belgium는 32.7%(20.6m)를 전진했다. 대회 평균은 29.4%였다.
방식은 달랐다. Germany의 전환은 카운터프레싱과 이어져 있었다. 전환 직전 수비 행동은 태클이 43번으로 가장 많았고, 빼앗은 뒤 첫 패스는 Aleksandar Pavlović와 Joshua Kimmich(각 16번), Florian Wirtz(15번)가 받았다. 빼앗은 뒤 방향을 잡는 두 명과, 공격으로 잇는 한 명이다.
Belgium는 흘러나온 공을 줍는 데 강했다. 전환 직전 행동은 루즈볼 회수가 44번으로 가장 많았다. 첫 패스는 Leandro Trossard(26번)와 Youri Tielemans(21번)가 가장 많이 받았다. 한 명은 높은 곳의 연결 고리, 한 명은 깊은 곳의 출구였다.
우리 훈련장에서는
PROCESS는 이렇게 읽는다. 2026년의 로우 블록은 ‘내려선다’보다 ‘좁힌다’에 가까웠다. 그리고 잘한 팀은 내려서는 순간 이미 나갈 길을 정해 두었다.
블록의 세로 길이를 잰다. 수비 라인과 최전방 사이가 몇 미터인지 경기 영상에서 한 장면만 골라 본다. 2026년 평균은 21.1m였다.
공이 측면에 있을 때 중앙이 비는지 본다. 측면 압박은 다 같이 하되, 중앙 미드필더가 따라 나가는지 남는지 정해 둔다.
박스 안 역할을 미리 나눈다. 측면 1대1은 누구, 골문 폭은 누구, 첫 접촉은 누구. Colombia처럼 혼란 속에서도 이름이 붙어 있어야 한다.
빼앗은 뒤 첫 패스를 받을 사람을 정한다. 한 명을 높이 남길지, 한 명의 목표에게 바로 보낼지, 짧게 이어 갈지. 그리고 몇 초 안에 박스까지 가는지 센다.
측면에서 받고, 안팎을 바꾸고, 방향을 돌리고, 센터백과 풀백 사이로 뛰었다. 좁은 블록을 연 네 가지 방법.
- Post Tournament Analysis — FIFA World Cup 2026FIFA Football Performance Insights · ‘Organised low defensive blocks’(426~466쪽), ‘Attacking transitions’(288~331쪽)
- Cabo Verde는 어떻게 모두의 예상을 깼는가 — 로우블록에서 시작해 Argentina를 흔든 4경기원문 · How Cabo Verde defied everybody's expectations · Michael O'Neill, FIFA, 2026.07.10
- 미드·로우 블록과 전환 공격이 지배한 2026 월드컵 2라운드 — 카세미루의 변화부터 파워랭킹까지원문 · Round review: Mid and low blocks and attacking transitions · FIFA, 2026.06.26
- Argentina는 Messi를 위해 어떤 조건을 만드는가 — FIFA TSG가 분해한 네 가지 공격 원칙원문 · Jon Dahl Tomasson, FIFA, 2026.06.25
- 로우 블록 공략 — 상대가 면적을 줄일 때, 무엇을 다시 넓히나자료실 · PROCESS 전술 노트
- 공간을 만드는 공격노트 08 — 좁아진 블록을 여는 방법
- 잃은 다음 3초노트 10 — 카운터프레싱과 하이프레스
- 같은 열한 명, 다른 얼굴노트 01 — 포메이션보다 상대를 먼저 보는 법
이 노트는 FIFA 대회 후 리포트의 ‘로우 블록’과 ‘공격 전환’ 장을 PROCESS가 엮은 것이다. 팀 순위와 값은 리포트의 그래프에서 읽었고, Cabo Verde의 Spain전 27.3분은 대회 중 FIFA Training Centre 분석글의 숫자다.
리포트 안에는 같은 지표의 평균이 그래프마다 조금씩 다르게 적힌 곳이 있다(로우 블록 비율 25.3%, 25.34%, 25.09%, 24.95% 등). 본문은 대회 전체 값(25.3%)을 따랐다. 리포트는 ‘로우 블록’과 ‘공격 전환’ 각각의 판정 기준은 따로 밝히지 않았다.
이 노트는 PROCESS가 Anthropic의 클로드(Claude)와 함께 만들었다. 자료 조사와 사실 확인, 구조 정리는 클로드가 거들었고, 관점과 최종 문장은 PROCESS가 다듬었다.